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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욕설과 굴욕을 참아가며
그래도
나는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본의가 아닌 내 생존과 감정이
이렇게 충돌과 인내를 일삼아까지
타오르는 울분을 그대로 내 가슴속 깊이
묻어야 한단 말인가
견뎌야 한단 말인가

이 눈보라치는 겨울
온 생명이 소리 없이 얼어붙는
밤거리에
인사도 없이
당신은 내 곁을 그대로 사라져야만 한단 말입니까
나는 그대로 온 생명의 길목에 서서
말뚝처럼 이렇게 살아남아야만 좋단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당신이나 나나
보잘것 없는 여기 매몰해 가는 생명
싸우다 보니 서로 그리워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서로 비켜서 보니 외로워지는 인생들이 아니겠습니까

길은 막히고 저물어 가는 인생의 벌판
나 호올로 별과 별 아래 머물면
신이요 사랑이요 벗이요
모조리 내 곁을 지나치는 먼 여정
당신마저 내 곁을 비켜서야만 한단 말입니까
나 호올로 내 곁을 지나가야만 한단 말입니까

나는 살아 있는 이 내가 아니올시다

외로움이 그대로 부풀은 어느 인생의 껍질
어떻게 이렇게 빈 가슴과 가슴들이
얽히고 서리고
엉성히 매달린 하나의 열매

여보십시오
내 인생의 길벗이여
이 추운 겨울 한밤중
어디서
당신은 찬 여정을 깃들이고 계시는 것입니까

내 텅 빈 인생의 동굴로 돌아오십시오
내 빈 가슴으로 돌아오십시오

욕설이 가고
시기가 가고
미움이 가시고

오오 인생의 허영이 무너지는 내 가슴으로
당신은 시들은 장미 송이처럼 엉기십시오

희망을 주는 자여 사라져라

일체의 고요함이 인생과 더불어
당신과 내 곁에 영 있어라
나와 더불어 당신의 인생이 있어라

일체의 욕설과 굴욕이 사라지면
당신이 남고
내가 남고
부스러진 감정 속에 인생이 엉긴다

오 벗이여

사랑이 가기 전에
조병화 "사랑이 가기 전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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