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이던 컴퓨터시계가 단종된 날이다.
말 그대로 하나뿐이던 컴퓨터시계가 단종되었다. 오래전에 국내에서 인터넷으로만 소식을 접하고 침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남들은 큰 덩치에 못 생겼고 일반 PDA에 비해 쓸모가 없다며 외면하겠지만 누군가는 꼭 한 번씩 질러줘야한다. 그래야 입는 컴퓨터 기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1998년 일본 Seiko사에서 처음 Ruputer를 발표한 후 1999년 미국 Matsucom에서 OnHand PC라는 이름으로 영어버전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휘발성 메모리를 내장하여 배터리가 다 되어도 자료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으며 3개월 정도의 배터리 사용기간과 방수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컴퓨터이기 때문에 C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벌써 8년이나 된 기술이니 지금쯤 훨씬 앞선 기술의 손목시계를 차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Palm이나 WinCE등의 다양한 기능을 앞세운 PDA 진영과 PDA마저 집어삼킬 듯 달려드는 휴대전화와 복합기기에 그 옛날 SF만화에나 나올법한 장난감 같은 컴퓨터시계는 밀려도 한참 밀려있다. 물론 연구실 구석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된 수익시장을 형성하지는 못 했다. 최근 Wrist PDA가 출시되었으나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단종되는 분위기이다.
Wrist PDA는 Palm OS의 채용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휴대용 컴퓨터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방수가 안 되므로 사용상의 주의를 요하며 휘발성 메모리에 며칠 안 되는 배터리 사용기간으로 충전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면 자료를 모두 잃어버린다. 즉, 자료의 보존을 위해서 메인컴퓨터와의 싱크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OnHand PC의 경우 프로그램의 작성과 설치를 제외하면 독립적인 운용이 가능하며 자료손실의 위험이 없다. 나 같은 경우 새로운 자료를 설치할 때를 제외하면 싱크를 거의 안 한다.
OnHand PC의 단점이라면 8년의 세월을 말해주는 시리얼포트 인터페이스와 입력이 불편한 조이스틱방식 키보드, Wrist PDA에 비해 많이 낮은 해상도(102*64)를 들 수 있겠다. 메모리도 Wrist PDA의 8메가에 비해 겨우 2메가 밖에 안 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게 쓸 수 있는 기기이다. Palm의 한글입출력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는 Wrist PDA와는 달리 한글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내 사용자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한글출력은 tinytxt 텍스트뷰어에서 구현하였으나 조이스틱입력이라는 한계로 제대로된 한글입력은 기대할 수 없다.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간단한 금전출납부, 메모, 주소록, 스케쥴, 할일등이 있다. PDA와는 달리 시계이기 때문에 항상 손목에 있어서 지르는 족족 얼마를 썼는지 바로 바로 기록할 수 있다. 게임도 많이 설치해 놨는데 응가할 때 테트리스나 오델로류의 게임을 한 판 하면 딱이다. 놀라운 것은 체스까지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류의 기기들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개발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OnHand PC의 경우도 무선통신모듈까지 개발이 되었으나 입에 풀칠을 못 해서 결국 아까운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 기술이 다시 일본으로 넘어간다니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본다.
이 기회에 Z22나 질러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