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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창작

oekaki:97

"희대야", "희대야", "희대야"......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니?"

"넌 네가 누군지 알고 있니?"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니?"

"옳은 것을 알고, 잘못된 것을 알고 있니?"

"희대야", "희대야", "희대야"......

큰 기쁨의 이름이 왜 그렇게 슬프게만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크게 크게 콧노래라도 불러재껴야할 이름이 이마위 주름처럼 쭈글해진 나날의 짐처럼 느껴지는구나.

"아버지, 무거운 것은 벗어도 날 누르지 않는 슬픔은 어떻게 합니까?"

"그냥, 내속에 들어 앉아서 자리만 차지하는 그런 것들은 어떻합니까?"

지나가는 바람만큼이나 금방금방인 인연들이 늘 시원하고 차가운 바람으로 새롭게 다가오지만, 나는 왜 창을 닫아버리고 싶은 걸까. 그냥 바람 한점 없이 창없는 방에 들어 눕고 싶다.

내가 찾던 것들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난 후부터 난 무덤에 묻혀버린 것 같다. 난 내가 찾던 것 그것 만이 세상을 살아갈 의미를 내게 준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것들은 그저 사람들의 향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냥 모두가 그런 것들을 바라면서도 모두 그렇지 못 하리만큼 이기적이라는 것. 그런 더러운 인간이 바로 나라는 것. 그것은 내 슬픔의 뿌리이자 열매이다. 시작과 끝이 모두 그런 것들이니...

"아버지, 저 개는 왜 저렇게 평생을 개목걸이에 묶여 인간이 던지는 구역질나는 개밥을 먹으며 살죠? 그리고 인간은 왜 저 개를 묶어 놓고서 구역질나는 개밥을 먹이며 살리죠? 아니 무슨 권리로 저 개를 묶어 놓고 구역질나는 개밥을 먹이는거죠? 인간은 참으로 더럽고 썩어빠진 존재인가 봅니다. 인간은 자유를 부르짓고, 평화를 부르짓고, 사랑을, 우정을, 효도를, 자연보호를, 인권존중을, 이데아를, 존재를, 존재하는 이유를, 사유하는 것들을, 우주를, 만물을 논합니다. 그런 인간들의 귀에는 '멍멍'이란 소리뿐인 개들은 자신들이 먹여 살려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불끈 솟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들의 생각일 뿐인데 왜 인간들은 개들을, 고양이를, 새들을 ... 괴롭히는 걸까요?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만심, 오만심 그런 똥같은 것들에 대가리를 뻣뻣이 쳐다 세우고 모든 것을 소유하려만 합니다.

우리도 개처럼 묶여 개가 주는 구역질나는 인간밥을 먹으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묶여 개가 주는 구역질나는 인간밥에 혀를 내두르고 밥달라고 짖어대며 평생을 아무런 의미도 없이 아무런 생각없이 꼼짝 못하고 살아야만 합니다. 인간들은 아마도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묶인 저 개도 미쳐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도 개처럼, 돼지처럼, 때론 소처럼 도끼로 내리찍혀 대가리가 깨져 피를 쏟아내며, 눈알이 뒹굴고 창자가 기어나와 숨소리가 거칠어 지고 기도는 끊어져 숨은 그치고, 팔딱이는 심장은 냉장고로 쳐 박혀야 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뜨거운 기름위에서 때론 날 것으로 인간이 던져준 밥같지도 않은 밥이 아닌 신선한 개밥이 되어, 돼지밥이 되어 그들의 입속에서 빚을 갚아야만 합니다.

인간은 아무런 권리도 없습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만이 의미가 있고 스스로 권리를 가지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무슨 오만으로 자연을 더럽히면서 자연보호를 외치는 걸까요? 인간에겐 자연을 얽어 매어 인간마음대로 주무를 권리는 없습니다.

전 왜 인간입니까? 이토록 더럽고 구역질나는 인간입니까? 차라리 배가 갈라져, 목살이 찢어져 나가 더럽고 구역질나는 인간의 주둥아리에 쳐박혀 위산에 녹아 똥이 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돼지가 되고 싶습니다."

"아들아, 그럴지도 모른다. 너도 개의 슬픈 눈동자를 보았구나. 동물원 철창에 갇힌 원숭이를 보았구나... 언제 한번 만들자꾸나. 인간원을 만들어 세상 모든 동물들을 불러모아 팝콘을 먹이게 하자꾸나. 아니 어쩌면 이미 인간이 만든 철창에 갇힌 것은 동물들이 아닌 바로 우리일지도... 철창의 밖은 우리가 아니라 동물들이 있는 그 곳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개들은 갇혀버린 우리를 슬퍼하며 그런 눈동자를 지닌지도 모르지..."

철창에 묶인 친구를 생각하며...
1996 11 0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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