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블로그창고 . Any comments?

\cat 창작

시간은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했을까? 아무도 모르고 있을까? 나도? 글쎄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옛날, 시간은 결코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멈춰 있는 것일 뿐. 사람들은 늙지 않고 어른들은 영원히 어른이고 아이들은 영원히 아이들인 때가 있었다. 그들은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그냥 살아갈 뿐 임신도 없었고 아기들도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행복했다. 늙어 죽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젊었고 야망 있고 욕심 또한 많은 수리공(a repairman, not a hydraulic engineer ;)이었다. 그는 어느 날 꿈 속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네 세상을 전부 가지고 싶지 않나?"

"물론 그러고 싶지. 허나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가능하지. 사람들은 매일 같은 자신의 모습에 많이 지쳐 있어. 이제 자네가 나서서 그들을 변화하게 해야겠지. 그러면 사람들은 자네를 받들걸세. 자신들의 따분한 일상을 깨뜨려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주는 자네를 받들거란 말일세. 어떤가 내 제안이?"

"글쎄. 그 변화란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모르겠는데?"

"보기보단 생각이 짧군 그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늙는다는 것이 있지.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법칙이지. 자네가 사는 세상엔 오직 아이들은 아이들, 어른들은 어른들, 그들은 결코 변하지 않지.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러면 결혼이란 걸 하지. 그리고 아이를 낳게 되고 지금 있는 아이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아이들이 탄생하게 되는 거지. 아주 매력적인 세상이 아닌가? 상상해 보게나."

"그런게 가능하단 말인가?"

"물론이지. 어때? 내 생각이?"

"어떻게 하면 되지?"

"자네, 꿈을 깨면 여기 그려진 기계를 만들게나. 그리고 이름을 시계라고 지어줘. 그러면 그때부터 시간이란 놈이 생기게 되네. 그러면 사람들은 일상에서 나이란 걸 가지게 되고 자네는 신처럼 떠받들어질거야. 자 여기 있네."

"..."

젊은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꿈 속에서 받았던 그 그림은 없었다. 젊은이는 후회했다. 꿈에서 깨어난 자신을... 다시 밤이 깊었다. 젊은이는 잠이 들었고 꿈 속에서 젊은이는 전날 꾸었던 꿈의 바로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엔 전날처럼 여전히 그 그림이 쥐어져 있었다. 늦지 않게 기계를 만들기 위해 서둘렀다. 나무를 깎고 톱니를 끼워 맞추고... 한참 후 기계가 완성되었을 때 젊은이는 기계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그 기계는 사람들의 일상들보다 훨씬 규칙적이고 변하지 않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속았구나. 이런 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화시킨단 말인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모두들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수염 없던 남자들이 자고 일어나니 수염이 자랐고, 손톱이 짧던 여자들은 손톱이 길어졌고...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젊은이는 얼른 그 기계를 부셔버렸다. 하지만 그날이 지나도 여전히 똑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미 늙어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알아야 했다.

그러던 중 젊은이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은 저마다 꿈 속에서 이상한 기계에 대한 꿈을 꾼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림을 내밀며 이걸 만들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수리공은 깜짝 놀랐다. 혼자서만 그 꿈을 꾼 것이 아니었다.

다음 날 한 젊은이가 사라졌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1990년대 어느 날

All the works in this site except software and copyrighted materials by others (e.g., 문학) are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License. 소프트웨어 및 문학과 같이 다른 이에게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를 따른다.
Wed Apr 3 08:50:19 2024 . XHTML . CSS (lightbox.css is not part of Uniqki. ;-) . Powered by Uniqki!
refresh . edit . loginout . 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