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창작
"자넨 시간이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했는지 알고 있나?"
"글쎄요. 그걸 누가 알까요?"
"그럼 왜 모두들 과거를 떠나고만 있는지는 알고 있나?"
"전 과거가 비어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떠나고 나면 과거는 또 다른 무언가로 다시 채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떠나지 않고 거기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머리 아픈 자네가 가는 길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생긴다고 해도 어차피 아쉬움은 거기 남는 게 아닐까요?"
"그건 자네가 간직하고 있는 거지 거기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당신은 참 할 일도 없나 봅니다. 무엇이 남든 안 남든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지금 뿐인데 무슨 소용이 있다고 자꾸만 따지시는 겁니까?"
"글쎄, 혹시나 우리가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려나 해서 그러는 걸세. 깜빡 잊고 놓고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여기 어디든 거기 어디든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