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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문학

잠들다 포근하여 깨어보면
당신은 늙고 해진 입술로 내 이마 위에
새벽의 젖은 꽃무늬를 새기시지만
어머니 이 고요한 당신의 입맞춤보다 깊게
나를 껴안을 어둠의 큰 그리움을 불러세울 수 있다면
그 새벽녘엔 아들의 깊은 잠을 깨워줘요
그 새벽녘에 기다렸던 길을 뜰 거예요
칠흑의 깊은 어둠과
돌절벽 끝 부서지는 강물소리를 거슬러
한 사람씩 누군가를 암장하던
자갈밭의 삽질소리를 거슬러
어머니 당신의 입맞춤이 내게 속삭여준
길고 긴 기다림의 새벽나라를 위해
봄과 겨울, 죽음과 사랑의 헛된 영화를 버리고
진창이거나 가시밭길이거나
눈길이거나 뜨거운 유황불길 속이라도
숨막힌 아카시아 꽃길을 가듯 걸어가겠어요
꽃 지는 날엔 어둠이 다시 들고
바람 부는 날 찾아오는 두려움이 더 깊겠지만
어머니 당신의 큰 그리움이
내 가슴에 새겨준 그 새벽녘엔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날의 큰 새벽을 위해
삼십년 하루도 거른 일 없는
당신의 깊고 고요한 입맞춤을 떠나겠어요.

새벽을 위하여
곽재구 "사평역에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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