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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창작

너를 나비로 싸서 꽃가루로 치장하고
개미에게 먹이로 들려 보내던 날
바퀴벌레도 울고 나도 울고
씨바 나방조차 울었다.

다시는 다시는
그토록 진저리 나는 삶을 살지 않겠노라고 혀를 깨물며
뭘 먹을 때 아파하던 너를 생각해 보면
뭐 씹다가 혀 안 깨물게 조심해야겠다고 남 몰래 다짐해 본다.

그렇다
다시는 이제 다시는
너는 눈을 뜨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우리가 마주 앉지도 않을 것이며
다시는 초라한 식탁에서 행복처럼 웃음을 짓지도 않을 것이며
쑥스러운 밤을 흔들지도 않을 것이다.

하여 우리는
사랑했던가 증오했던가
알쏭달쏭하며 네가 그렇게 즐겨 먹는다던 그 나비로
너를 싸서 차가운 땅 밑으로 땅 밑으로......

다시는 너를 생각하지 않겠노라고
너의 주검처럼 시퍼렇게 상기된 눈빛으로
네가 끌려갔을 깊은 흙
그 속을 헤집고 헤집고 또 헤집고
아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하지만 너를 찾을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여전히 너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것 또한 굳게 믿을 수 있었다.

땅을 헤집다 옆에서 울던 바퀴벌레도 묻히고
씨바 나방까지 묻혔다
이들로 하여금 쓸 데 없는 데서 지랄하지 말 것을 배웠고
너로 하여금 나비맛을 알았고
우리가 사랑했던가 증오했던가 그것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뿔싸!
너는 모르고 있었구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래서 너는 아마도 내게 마지막 소원을 속삭이며
힘없는 심장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그리고 눈을 감으며
여전히 내가 너 같을 것이란 깊은 꿈을 꾸며 잠들어 갔구나
다시는.

다시는
2004 01 30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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